슈렌은 차가운 물수건과 약병을 챙겼다. 매질은 어린애의 피부를 찢어놓기에 충분했다.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 위에 또 다른 흉터가 남았으리라.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도 리오는 꿈쩍하지 않았다. 엎드린 어깨가 작게 들썩였고, 훌쩍이는 소리가 작게 났다. 슈렌은 아무 말 없이 침대 옆에 작은 의자를 놓고 앉았다. 채찍질에 얇게 찢어져 피가 흐르고 멍이 든 다리를 조심조심 닦았다.


“……드레스는 끔찍해.”

“1년만 더 참아.”

“끔찍하다고.”


한숨을 삼키고 연고를 듬뿍 얹었다. 발가락을 움칫대면서도 리오는 작은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바보 같아.”

“1년만 참으면 돼. 그러면 아버지도 아무 말씀 안 하실 거야.”

“난 여길 나갈 거야.”


같이 가자. 리오는 그렇게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그저 슈렌은 엉망으로 흐트러진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아버지가 선물한 검은색 공단 머리끈이 스치며 부드러운 소음을 냈다.



온몸을 감싼 검은색 비단옷은 혼인 예복이라기보다는 장례식 수의처럼 보였다. 신랑과 필적하도록 커다란 덩치를 못내 숨길 수는 없었지만, 함부로 입을 놀리는 이들은 없었다. 어딘가 불안정한 걸음걸이를 시종들에게 의지한 신부가 예식장을 나선 다음에야 식은 끝났다.


온통 검은색으로 꾸며진 신방에, 오직 슈렌만이 색을 가지고 있었다. 무거운 겉옷을 벗어 아무데나 던져두고 그는 신부의 베일을 벗겼다.


핏발 선 흉흉한 눈과 재갈로 틀어막힌 입이 밝은 불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갑갑한 베일 안에서 얼마나 반항을 했는지는 몰라도 곱게 틀어 올린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었다. 무거운 예복을 벗겨주기 전에, 슈렌은 신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피부가 허옇게 질리도록 비틀린 채 단단히 묶인 손목이 보였다.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는데. 이따위 짓을 한 놈들은 네 마음대로 해.”

“…….”

“미안.”


슈렌은 재차 사과하며 재갈을 풀어주었다. 왈칵 쏟아진 침이 옷소매를 더럽혔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네가 어떻게, 네가…….”

“미안해, 리오. 진심으로. 하지만 그뿐이야.”


눈물과 침으로 엉망이 된 얼굴에 다정한 손길이 닿았다.


웅크린 어깨와 곧게 뻗은 목덜미를 타고 올라간 손이 머리에 이르렀다. 머리카락을 고정해 둔 장식을 떼어내자 붉은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넌 여기서 나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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